- 일반형사
사실만 말했는데 명예훼손?
“인터넷에 떠도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왜 고소를 당하죠?”
“그 사람이 실제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에요.”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실이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하시곤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형법은 거짓이든 진실이든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모두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모욕죄와는 또 다른 법적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구조
형법 제307조 제1항에서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는 세 가지 요건입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즉, 둘만 있는 자리에서 말한 사실은 공연성이 없지만, 공개된 SNS나 단체 채팅방, 댓글 창 등에서는 공연성이 성립됩니다. ‘사실적시’란 허위가 아닌 진실된 내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예전에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것이 진실이어도, 명예를 실질적으로 훼손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명예훼손’은 그 내용이 사회적 평가를 실질적으로 떨어뜨릴 만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팩트’만 말했어도, 그 팩트가 누군가의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내용이라면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 처벌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실적시가 곧바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10조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오로지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일정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법성 조각 사유’라고 부르는데요, 아래와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 - 말한 내용이 진실일 것
-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일 것
예컨대 공익 제보, 언론 보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평가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지만, 단순한 개인 감정이나 보복, 사적 흠집내기 목적이었다면 공익성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언론인의 보도라도 사실확인 없이 유포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례로 보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계
판례 중에는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 ‘그가 성범죄 전력이 있다’고 SNS에 게시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실형이 확정된 사실임에도, 해당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었고 개인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취지가 있었다면 법원은 공익성보다 사적 비방 목적이 강하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합니다.
또한 소비자 리뷰의 경우도 문제될 수 있는데요. 정당한 불만 제기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인신공격적이거나 사실과 다른 과장된 표현이 있을 경우 명예훼손 또는 모욕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기꾼 같다”, “절대 가지 마라” 같은 표현이 문제된 경우도 많습니다.
법적 리스크 줄이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은 단순히 “진실을 말했으니 괜찮다”는 논리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표현된 방식, 전달 경로, 맥락, 동기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수사 단계부터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진술 내용과 취지를 정리하고, 공익 목적이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주장해야 선처나 무혐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본의 아니게 SNS나 리뷰, 단체방에서 했던 말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면, 혼자서 판단하거나 대처하지 마시고, 형사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 함께 대응 전략을 세워보시길 바랍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해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관련 칼럼이나 해당 업무사례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