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범죄
가족에게 사기당했는데 처벌 못한다? 72년 만에 사라진 친족상도례
"형한테 사기당했는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 안된다구요?"
부모님이 재산을 몰래 빼돌렸거나, 형제가 돈을 가로챘어도 "가족 간의 일"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바로 '친족상도례' 때문입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2년 동안 유지되어 온 이 제도는 가족 간 재산 문제는 가족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사회 변화와 함께 유명인들의 가족 재산범죄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졌죠. 결국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2025년 12월 31일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72년간 가족범죄의 면죄부가 된 친족상도례
친족상도례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절도·사기·횡령·배임 같은 재산범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족관계일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특히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형이 면제될 경우, 피해자가 아무리 처벌을 원해도 처벌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빼돌리거나 자녀가 부모의 돈을 가로채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이죠.
피해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조차 할 수 없어 억울함을 참아야 했고,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더 심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만들어졌던 친족상도례가 오히려 가족 간 평화를 깨뜨리고 더 큰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 박수홍, 박세리 등 유명인을 둘러싼 가족 재산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친족상도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결국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2025년 12월 30일, 국회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친족상도례 규정은 큰 변화를 맞게 되었습니다.
친족상도례 폐지, 무엇이 달라질까?
수많은 언론에서 '친족상도례 폐지'라고 보도하다 보니 조항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법 조항이 삭제된 것이 아니라 내용이 개정된 것인데요.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까요?
첫째, 모든 친족 간 재산범죄가 친고죄로 통일
그동안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등 가까운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가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개정된 법은 친족의 원근이나 동거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친족 간 재산범죄를 친고죄가 적용될 수 있도록 통일했습니다. 친고죄란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합니다. 즉, 가족이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정하면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둘째, 필요적 형 면제 대신 임의적 감면으로 변경
가까운 친족의 경우, 무조건 형을 면제해주던 것을 이제는 판사의 판단에 따라 감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 감면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범죄의 경중, 피해 규모, 피해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셋째,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 가능
마지막으로 그동안은 가족 간에 재산범죄가 발생해도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에 대해서는 고소할 수 없었는데요. 하지만 개정된 법률은 고소 제한 규정의 특례를 마련하여, 직계존속이라도 고소가 가능해졌습니다.
가족 간 재산볌죄 연루 시, 신중한 대응 필요..
개정된 법의 시행일은 25년 12월 31일이지만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24년 6월 27일 이후 사건부터 소급 적용됩니다. 또한 법 시행 전까지 발생한 '경과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조항이 포함되었습니다. 따라서 2024년 6월 27일 이전 피해를 입은 경우라도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 고소가 가능해졌습니다.
친족상도례 폐지는 "가족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증거입니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도 누구나 피의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거래는 더 신중해야 하고 만약 금전문제로 갈등이 있거나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해야 합니다.
친족상도례 폐지와 관련해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관련 칼럼이나 업무사례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