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성범죄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한다면 공소제기 이후 양형 전략은?
“피해자가 절대 합의를 안 해준다면
저는 선처받을 방법이 아예 없는 건가요?”
성범죄 사건을 맡다 보면 이런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합의가 없다고 해서 곧바로 실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미성년자 대상 범죄 같은 중대한 성범죄 사건에서는 합의 부재가 실형 선고에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반성의 정도나 다시 범행을 저지를 위험은 없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함께 고려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합의가 막힌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합의가 없으면 정말 불리해지나요?
양형위원회가 정한 성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피해 회복 여부는 형을 정할 때 중요하게 살피는 요소 중 하나인데요. 그중에서도 합의는 가장 주요한 감경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감경의 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판례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했는지, 피해자와의 관계, 다시 범행을 저지를 위험은 없는지를 두루 살펴 판단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은 처벌불원서나 합의서가 제출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공탁, 합의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제도 덕분에 이제는 피해자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모르더라도 법원에 돈을 맡겨두는 방식으로 피해 회복 의사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는데요.
합의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상대로도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 공탁이 피해자의 동의와는 무관하게 피고인 일방의 의사로 이루어진 조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의 기습 공탁을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감경 사유로 인정한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고, 2025년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양형기준의 참작 사유에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즉, 공탁했다는 이유만으로 합의와 똑같은 수준의 감경 효과가 자동으로 주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결국 공탁한 금액이 피해 정도나 동종 사건의 배상 관행에 비추어 적절한 수준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공탁에 이르게 되었는지, 피고인이 실제로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합의 없이도 준비할 수 있는 것들
합의가 막혀 있는 상황이라도 무작정 손 놓고 있을 순 없는데요. 주로 아래와 같은 자료들을 갖춰두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을 꾸준히 받았다는 확인서 등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
- 직장에서 이미 징계를 받았거나 사회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겪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
- 부양가족이 있는지, 초범인지 등 개인적인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
하나하나는 크지 않아 보여도 이런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갖추어 제출하면 형을 정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생깁니다.
변호인이 사건 초기부터 증거와 양형 자료를 체계적으로 챙기는 것도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피해자가 합의를 끝내 거부한다고 해서 그걸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탁,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 진지한 반성의 태도처럼 여전히 준비할 수 있는 정상참작 자료들이 남아 있고, 이를 얼마나 촘촘하게 갖추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요.
사건 초기의 대응이 이후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전략을 세워보시길 권합니다.
'성범죄 합의'와 관련해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관련 칼럼이나 업무사례를 참고해 주세요.